D.ohnald

제로 웨이스트에 슬쩍 발 담구기

시작은 한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룬 내용 때문이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기자 유튜브에서 즐겨보던 브이로그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었고, 관심 있게 보던 콘텐츠도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이 있었다. 학생 때는 수련회에서 물통 대신 텀블러 쓰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환경-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던 사람임을 깨달았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하려는 것은 제로 웨이스트는 아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고, 이것을 위한 행동으로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건을 덜 소비하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각종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샴푸바, 보디워시바, 설거지바(비누인데 왜 바라고 부르는지 알 수 없다), 수세미 등을 구매했다. 뭐가 다른지 모르니 매장을 찾아가 구매하고 인터넷으로도 주문했다. 덜 버리기 위해서는 덜 구매해야 하는데, 일단 구매부터 해버렸다. 구매한 물건들은 만족하며 쓰고 있지만 쓰고 있던 샴푸, 보디워시, 핸드워시, 주방 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무 고민이 없었다. 안 쓰면 결국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니 바보 같은 행동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려면 쓰던 것부터 다 쓰는 게 먼저다.

버리는 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며 친환경 마크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는데 닷페이스의 콘텐츠 지금 한국에서 분해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은 하나도 없다. | youtube를 보니 친환경 마크는 비친환경 제품보다는 좀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배출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대부분의 쓰레기는 매립이 아닌 소각이 된다. 매립지에서 몇 개월이 지나면 썩어 없어진다고 광고하는 제품들도 매립지가 없어 매립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알면서 하는 걸까. 더 이상 매립을 할 공간이 없고, 매립을 하지 않는 정책 방향이라 모든 쓰레기는 소각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재활용은 잘 되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쓰레기 여행이라는 콘텐츠가 떠올랐다. 팟캐스트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는데 우리가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재질의 대부분은 그냥 버려지고 일부만 재활용이 된다. 같은 흐름으로 보자면 우유갑이나 테트라팩을 잘 모아서 배출해도 수거할 때 종이라는 분류로 모아지고, 마지막에는 일부만 재활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물건의 겉면에 있는 재활용 안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재질에 대한 안내이지 로고를 새기거나, 색을 입히거나, 뭔가를 담는 순간부터 그냥 버려진다고 간주해야 한다. 대체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래서 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덜 사는 것으로 생각이 옮겨져야 한다. 내가 분리수거를 백번 잘해봤자 모이면 그냥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플라스틱을 덜 사고, 우유갑이나 테트라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모아야 한다(아파트 분리수거장은 잘 활용할 수 없는 곳이다!). 검색을 해보니 테트라팩 코리아에서 테트라팩을 수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테트라팩 코리아, 환경부∙매일유업∙정식품∙닥터주부 등과 택배 활용 종이팩 회수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제로 웨이스트에 깊게 참여하지 못하고 여전히 배달음식과 인터넷 주문을 하지만 조금씩 소비를 줄여가면서 살아보도록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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