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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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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다. 김태강 님은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했었는데 이 내용을 묶어 책이 나왔다.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한국 문화를 비교하면서 정리한 글은 늘 재미있다. 재미있던 내용을 일부 발췌했다.

로테이션

이렇게 회사는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자극을 얻고 끊임없이 발전하기 바란다. 또한 각 팀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 물론 로테이션 프로그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제품 혹은 한 직무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끊임없는 발전보다는 워라밸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회사 역시 로테이션을 권유할 뿐 강요하지는 않는다.

로테이션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동기부여가 된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면 지루해진다. 특히 개인 발전에 갈증이 깊은 밀레니얼에게 로테이션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역량을 늘리면서 많은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로테이션은 사내 정보 교류를 활성화시킨다. 각 부서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 혹은 단점들을 경험함으로써 이를 기존 부서에 적용할 수 있다. 장점이란 부서마다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고, 회의 방식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잦은 교류를 통해 더 좋은 부서로 거듭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네트워킹이다. 결국 인간관계다. 국내외 기업 모두 사람을 얼마나 잘 알고 있냐에 따라 협의 속도가 달라진다. 한 번이라도 술을 기울인 타 부서 사람들과 일할 경우 잡음도 없고, 서로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로테이션을 통해 친분을 쌓게 된다면 더 사이 좋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단점도 있다. 개인의 전문성 때문에 로테이션을 꺼려할 수도 있다. 결국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vs.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본인의 방향이 리더십인지 아니면 테크니컬 어드바이저Technical advisor인지 고민해보는 게 중요하다. 리더십이라면 전반적인 회사의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통한 제너럴리스트가 좋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기에 회사는 이를 존중해주며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무작정 “다른 부서로 가!”가 아닌 “로테이션 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라며 모든 직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야근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업무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일을 주지 말자. 직원들도 자신의 삶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번은 회의가 끝난 뒤 매니저에게 관련 서류를 퇴근 전까지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냥 퇴근해. 네가 지금 보내더라도 나는 내일까지 안 읽을 거야”라며 쿨하게 퇴근했다.

우선순위

아마존에 근무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Prioritization’과 ‘Escalation’이다. 먼저 Prioritization은 일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일은 항상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많은 일들을 다 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조니언들은 업무를 절대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종일 아니 일주일 동안 잠에 들지 않고 일한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게 업무를 한다. 입사 초반, 한 번은 디렉터의 메일을 10분 만에 답장한 적 있었다. 그러자 나의 상사는 디렉터를 포함해 “이 메일에 답을 주는 게 정말 네 업무 중 제일 우선순위에 있는 일이냐? 직급이 높다고 해서 바로 답할 필요는 없어. 네게 중요한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라고 답을 줬다. 몇 분 후 디렉터 역시 동의한다라는 표시로 “+1”이라는 메일을 줬는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상사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굳이 바로 대답하지 마라. 나도 빠른 답변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빠른 주간 회의의 비결

예상과 다르게 주간 보고에서는 꼭 다뤄야 할 세부사항만 다룬다. 성공담success story, 모두가 알아야 할 주의사항call-out, 그리고 배워야 할 점lessons learnt을 공유하고 특별한 사항이 없을 경우 세부내용을 물어보지 않고 다음 부서로 넘어갔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의가 진행되는데 이는 서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 하면 중간에 질문하면 된다. 아마존에서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답이 길어질 경우 “미팅 후 따로 이야기하자Let’s take it offline”며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진급

그렇다면 아마존은 어떻게 진급을 결정할까?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매니저가 봤을 때 후배 사원이 다음 직급의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천서를 작성한다. 추가적으로 타 부서 동료들의 피드백도 받아서 서류를 완성하는데, 이를 상사들이 모여 필독 후 결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 사람이 다음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이전 경험에서 그것이 드러났는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아마존에 적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되려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고객 중심

회의 중 자주 듣는 말은 “신제품이 고객 경험에 어떤 변화를 주지?” “신제품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지?” “기존 고객이 받게 되는 영향은 무엇이 있지?” 등 금전적인 질문보단 고객을 위한 질문이 많다. 언제든 고객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돈을 투자한 프로젝트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고 금전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한 사람의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런 결정을 하는 회사다.

나도 일하면서 혼자 물어봐야겠다.

바레이저

아마존에는 바레이저Bar raiser라는 것이 있다. 주로 인터뷰 프로세스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쉽게 설명하면 기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인재상에 가까운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바로 뽑기보다는 높은 기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다시 평가해보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바레이저들은 지원자가 평균 임직원보다 더 뛰어난 사람인가를 고민한다고 한다. 이 방식을 통해 아마존은 임직원들의 역량 평균치를 끊임없이 올리고 있다. 뛰어난 역량과 성과를 낸 사람들이 장기간의 트레이닝을 거쳐서 바레이저 자격을 얻게 된다. 면접 인터뷰에 들어와 제3자의 시선으로 의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찬성하더라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왜 이러한 이야기를 할까. 그렇다. 내 매니저가 바레이저이기 때문이다.

바레이저는 단순히 지원자의 기준을 높여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부서 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모든 업무의 질을 한층 높여준다. 덕분에 입사 첫해 작성한 모든 서류에는 마치 빨간펜 선생님이 다녀간 것처럼 빨간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나의 매니저 역시 초기 회사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인의 업무 방식과 능력을 발전시켰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내 임원과 매니저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특히 그는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작성하는 서류나 이메일까지도 지적하며 업무의 기준치를 높여주고 있다. 그 결과 나 역시 다른 부서 사람들의 메일이나 글을 읽다 보면 과연 이게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일하기

어차피 모두가 바쁜데 그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며 혼자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윗사람에게 보고해 그들이 결정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 나의 매니저를 두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서 신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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