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을 통해 본 문상철 님의 정치에 대한 생각과 비평.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게 된다. 이미지 정치란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가.
- 호텔 방을 잡을 때도 안 지사의 방과 가장 근접한 방에 수행원이 배정되었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 방에 들어갈 때,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호텔 방에서 나올 때 모두 수행원이 문 앞까지 함께여야 했다. 안 지사는 수행원과 떨어지면 불안해했고, 외부와의 접촉과 연락은 더욱더 수행원을 통해서 하는 구조로 확립되었다. 심지어 간단한 예방접종까지도 일반 병원에 방문해 맞기보다는 도청 산하 공공의료원의 간호사들을 집무실로 불러 맞을 정도로 편안함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었다.
-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 재선은 더 큰 날개를 달아주었다. ‘티는 안 나되 더욱더 철저한 의전’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수행비서는 도지사를 지켜야 하고, 모두가 NO를 할 때 수행비서 만큼은 YES를 해야 한다고 안 지사는 늘 강조했다. 허락되지 않은 언론과의 만남이나 사전 검토되지 않은 일정들 역시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
- 자네가 오늘처럼 나서서 악역을 해줘야 내가 그걸 풀어주면서 선한 역할을 하지 않겠나? 내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자네가 만들어줘야 해. 아주 잘했어!”
- 정치인 안희정은 정치로 본인의 욕구를 채우려다가 본인의 욕구에 잠식당해버린 것이다. 철저한 의전과 수행비서의 신뢰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good cop bad cop 전략 등 모든 것이 후지다.
- 지시는 미세하면서도 복잡했다. 결론적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걸 사전에 검토해서 정치인으로서는 더 돋보이고, 인간으로서는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는 지시였다. 단 티가 나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었다.
- 일정이 모두 끝나고 도지사 공관에 도착할 때에도 수행비서는 지사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공관의 경비 근무자에게 사전 연락을 취하고, 공관 근무자는 대문을 열어놓은 채 정자세로 대문 앞에 나와 경례 자세를 취하며 영접을 했다.
- 안희정 지사도 오랫동안 여의도 정치인의 보좌진으로서 생활해오다 도지사가 되었기에 취임 초기에는 과도한 의전에 대해 불편해했지만 점차 다양한 보살핌에 익숙해졌다.
- 사람만을 위해 해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는 수십 가지가 넘었다. 지도자의 공적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일인지, 지도자 개인의 안락함을 위한 것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 부록으로 있는 수행비서 매뉴얼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이렇게까지 바보가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겉으로는 사람들과 스킨십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결계를 치고 살아간다.
- 안 지사는 철저히 통제되고 계산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기를 원했다. 스스로의 모습을 자기 자신의 밖에서 바라보며 이미지를 하나하나 연출해 나갔다. 어느 시점이 되었을 때 안 지사는 자기가 연출한 자신의 모습마저 진짜라고 믿는 결과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결국 자기 연출로 꾸며진 모습을 스스로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시뮬라크르의 삶이 시작되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선은 사라졌다.
- 정치인 안희정은 많은 것을 연출하려고 한 것 같다.
이것까지 연출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연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이 사람도 그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역술인들의 관심과 참견은 꾸준히 이어졌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 판단보다 역술인들의 솔깃한 조언이 점점 더 절대적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여러 정치 전문가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앞날의 길흉이 주술가들에게는 명확하게 보이는 듯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유혹은 점점 더 강해졌다.
-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하면 그 정치는 이미 변질되고 망해가는 것이다. 특히 역술인들은 정치인의 옆에 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 이즈음 안 지사는 이미 사회 모든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 다 파악을 했다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공부를 해왔기에 이제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도정을 직접 운영까지 하였기에 실무에도 밝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의 코칭과 현안에 대한 설명을 해줄 정도의 주변 도움들이면 충분하고, 캠프 내에서 여러 정책들을 쏟아놓아도 스스로가 다 실현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 그러나 안 지사는 참여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의 주요 정책과 세계적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사에는 약했다. 종이 신문을 읽지 않았고, 독서량도 페이스북 게시를 위한 것이 전부일 뿐 다른 시간에는 잘 읽지 않았다. 포털 메인에 뜬 인터넷 기사를 몇 개 보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곁에 있는 내게 슬쩍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방식이었다.
- 이렇게 파생되는 잠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매일 새벽 4~5개의 신문을 정독하고, 수시로 포털 기사들을 살펴봐야 했다.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지사의 불편함을 마주해야 했고, 내 스스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일이었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밀도 있는 대답보다는 한 수준 올린 정도로의 답을 원했기에 몇 개의 신문 구독만으로도 얕은 답변을 이어갈 수 있었다.
-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책 『콜라보네이션』, 안희정이 의미있을 것 같은데 절판되어 구매할 수가 없다. 변질되기 전까지 지식을 채우기 위한 진짜 공부가 아니었을까. 그 지식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공부로 배운 것은 그럭저럭 해낼 수 있으나 내면이 쌓이지 않았고 현실 세계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이 모습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문상철님이 더 과하게 공부를 했다.
- 정치의 몰락으로 안희정이 꿈꾸던 세상은 사라졌다. 어쩌면 안희정의 몰락으로 정치가 망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안희정은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가 시도했던 도전의 여정과 그리고 몰락의 과정에 대해 우리는 관심 가져야 한다. 그래야 부조리의 반복을 막고, 정치의 회생을 기대할 수 있다.
- 죄는 벌하고 과정에서 배울 것만 (다른 방향으로) 취해야 성장할 수 있다.
- 중고서점을 뒤져 『콜라보네이션』, 안희정을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