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텔카스텐2로 이어집니다.
나의 제텔카스텐
삶을 관리하는 도구로 제텔카스텐을 활용하고 있다. 제텔카스텐 정리 방법을 통해 극적인 삶의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고민하며 작성한 글 뭉치들로 이런 글을 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제텔카스텐
제텔카스텐을 알게 된 것
처음 제텔카스텐을 알게 된 것은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는 메모 작성법'
— Imseong Kang (@Imseong) March 15, 2020
원문은 https://t.co/gNI5m4r8YN 트윗과 관련 타래입니다. 타래로 길어진 얘기를 한데 묶어서 이미지로 옮겼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의역이 많습니다. 링크와 이미지는 원문 타래를 참고해주세요. pic.twitter.com/Dj9HV0VH9d
메모장 만드는 걸 극도로 추천합니다. 저도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600번까진 왔어요. 그런데 저 타래에서 추천하는 건 1천개.. ㅋㅋㅋㅋ 열심히 할 땐 주말마다 스벅에서 두세시간씩 책 읽어가면서 메모했구요. 정제된 아이디어로 아이디어 600번대 정도만 했을 뿐인데 쩌는 아이디어 머신이 됐습니다. https://t.co/Xgj7nYnT9A pic.twitter.com/NK4qtehtlK
— 플라피나💐 (@plafina) March 16, 2020
plafina 님의 트윗은 Imseong 님의 트윗을 인용하면서 작성한 글이다. 그 글에 있는 이미지를 읽어보니 무척 매력적이어서 원문을 찾아 읽고 관련한 글도 여럿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제텔카스텐 방법론에 대해 깊이 빠지고 여러 가지 공부를 하게 됐다. 이 글에서는 제텔카스텐, 메모 상자 등을 혼용해서 쓰는데 모두 같은 것을 의미한다.
니클라스 루만
니클라스 루만은 독일의 사회학자로 수많은 책과 논문을 남겼는데, 자신의 이론을 만든 비결이 제텔카스텐 방법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책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는 루만의 메모 상자(제텔카스텐)를 정리하고 소개한 것이다. 루만이 직접 쓴 것은 아니며, 아래 인용한 위키백과의 footnote를 참고하면 직접 쓴 글의 영문 번역을 볼 수 있다.
루만은 이 메모 상자를 이용해 그의 체계 이론을 만들었다고 “Kommunikation mit Zettelkästen” 란 수필을 작성했다.
독일어를 알지 못해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습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기본 개념이 워낙 간단해 책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텔카스텐의 기본 개념
제텔카스텐의 기본 개념에 대해 김태현 님이 블로그에 정리한 글을 인용한다.
루만의 Zettelkasten 방법은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사실 Zettelkasten은 그 핵심이 쉽게 매일 할 수 있는 간단함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 매일 새롭게 알게되는 교훈을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짧게 정리한 메모(=노트)를 쓴다.
- 그런 노트를 기존 노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 지 고민하여 기존 노트와 연결한다.
- 특정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노트들이 충분히 쌓이면 그걸 모아서 긴 글로 쓴다.
초반에 인용한 트윗은 이와 유사하지만 약간 다르다. 원 트윗을 작성한 사람이 제텔카스텐에 대한 글을 읽고 본인이 적용한 것을 정리해서 그렇다.
- 30분씩 글을 읽고 중요한 문단에 밑줄을 친다.
- 메모장 시스템에 본인의 언어로 작성한다.
- 태그와 링크로 엮어준다.
- 일주일에 한 번씩 메모를 읽어준다.
- How To Take Smart Notes: 10 Principles to Revolutionize Your Note-Taking and Writing을 @intentionally님이 정리하며 적용하고, 이를 @Imseong님이 번역 정리한 내용을 요약
그리고 아래는 내가 책을 읽고 고민하면서 정리한 제텔카스텐의 기본 흐름이다.
- 수집: 책을 읽거나, 고민하는 것을 임시 메모 시스템에 저장한다.
- 숙성: 임시 메모를 수시로 보면서 생각을 발전시킨다.
- 마이그레이션: 임시 메모를 충분히 숙성해 영구 노트에 저장할 가치가 있고, 다른 노트와 연결될 이유가 있으면 영구 메모 대상으로 지정한다.
- 번역: 충분한 여유 시간을 두고 영구 메모 대상을 새로운 표현으로 된 한 편의 글(짧은 칼럼 수준)로 작성해 영구 메모 시스템에 저장한다.
- 연결: 저장한 글과 연결되는 글, 색인, 태그를 찾아 연결한다.
- 가지치기: 색인에 글이 쌓이면 새로운 주제로 색인을 만들고, 글을 쓸 필요가 있으면 글을 작성한다.
- 편집: 색인을 참고해 목차를 만들고, 각 목차에 적합한 글을 연결한다. 새로운 글을 작성하는 것은 기존 글(초안)을 보며 편집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 출력: 작성한 글, 아이디어 등을 공개한다.
고전에도 있는 메모 상자 방법론
제텔카스텐에 대해 찾아보면서 위키백과를 봤더니 이 방법은 이미 과거의 문인들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국가기록원에 PDF로 저장되어 있는 칼럼을 보면 책을 읽으며 메모하는 독서를 ‘질서(疾書)’라고 표현하며,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을 모은 책도 많이 있다. PDF 문서에 관련 정보가 많아 옮기는 것은 생략한다.
이미 과거부터 메모 상자를 통해 메모를 하고 책을 쓰는 방법은 많이 있었고 수많은 메모법이 있는데, 왜 제텔카스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됐을까 고민을 해보게 됐다. 메모라면 나도 많이 했다. 메모만 잘 엮으면 책 몇 권이 나올 분량이다(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얼마 후 내 고민을 끝내준 글을 발견했다.
연결의 중요성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책을 펴낸 인간희극 출판사의 편집자분께서 클리앙 커뮤니티에 남기신 글을 발견했다. 이 글에서 내가 고민하던 것과 매력으로 생각한 지점을 발견하게 됐다.
단순히 메모를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다. 루만은 고심 끝에 그 동안 사람들이 해왔던 일반적인 메모 앞에 "임시(fleeting)"라는 단어를 덧붙이기로 한다.
(중략)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이 있다면 영구 메모를 서로 어떻게 연결시킬까 하는 데 더 많이 몰두하기를 바란다. 제텔카스텐의 핵심은 각각의 아이디어를 미리 연결시켜놓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날로그 시대에 온갖 기호들을 통해 생짜로 메모들을 연결시켰던 니클라스 루만 박사보다 우리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한 번의 클릭으로 관련 사항들을 주욱 펼쳐주는 간편한 디지털 어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제텔카스텐 방법론의 핵심은 임시 메모와 연결이다. 특히 연결(링크)은 책과 관련 자료를 읽을수록 중요하게 다가온다. 링크가 없는 글은 영구 메모에 들어갈 이유도 없고,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글은 연결되기 위해 존재한다.
제텔카스텐 연관 검색어
제텔카스텐에 대한 여러 자료를 찾다 보니 연관된 검색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텔카스텐은 방법론이고, 이에 대한 도구(메모장 시스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GTD, Bullet Journal
위 두 검색어는 발견되었다기보다는 내가 발견하기 위해 일부러 검색어에 넣곤 했다. GTD는 데이비드 앨런이 고안한 같은 이름의 방법론이다. 번역은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으로 개정 출간했다. Bullet Journal은 라이더 캐롤이 사용하고 시스템화한 같은 이름의 방법론이다. 번역은 『불렛저널』로 출간했다.
처음 제텔카스텐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알고 있는 두 시스템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계속 고민했고 각 방법론과의 차이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리고 제텔카스텐과 두 방법론을 통합할 수는 없지만 일부 역할을 분리해서 쓸 수 있다고 판단해 개념을 차용해 쓰고 있다.
제텔카스텐+=GTD
GTD는 일을 끝내(버리)는 것이 목표다. 어떤 태스크가 생기면 여러 단계를 거쳐 끝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쌓는 것은 GTD와 맞지 않다(GTD는 잘 모아서 버리기 위해 쌓는다). 그래서 메모를 쌓는 과정으로 존재하는 제텔카스텐은 GTD와 통합할 수 없다.
그러나 GTD의 개념을 차용해 임시 메모를 GTD의 태스크로, 임시 메모 더미를 프로젝트로 간주하면 없앤다는 목표에 맞는다. 그래서 사용하던 GTD 시스템을 계속 활용해 임시 메모를 보관하기로 했다.
제텔카스텐+=Bullet Journal
Bullet Journal(Bujo)은 쌓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daily+bullet이 기본이다 보니 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제텔카스텐과 맞지 않다. Bujo를 활용한다면 여기에 담기는 것은 임시 메모인지 영구 메모인지 고민하다 보니 생각을 다 정리하지도 못하게 됐다. 제텔카스텐과 Bujo는 통합할 수 없다.
그러나 Bujo의 마이그레이션 개념을 차용해 임시 메모를 마이그레이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면 Bujo의 일부가 제텔카스텐에 반영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GTD 시스템에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생성했다. 숙성한 임시 메모를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로 이관해놓고, 시간이 날 때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한다.
제텔카스텐+=Wiki
위키는 워드 커밍엄이 창안한 도구다. 위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모두가 편집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키에 제텔카스텐을 사용할 수 있을까. 위키의 높은 자유도 덕분에 사용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위키는 GTD로도 쓸 수 있고, Bujo로도 쓸 수 있으니 제텔카스텐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이제는 어디까지가 위키이고, 어디부터 위키가 아닌지를 구분하기도 어렵겠다. 위키 방식의 도구가 워낙 많아 위키라고 부르길(불리길) 원하면 위키라고 하면 되겠다.
위키에서 시작한 편리한 문서 간 연결은 제텔카스텐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책에서는 개인용 위키와 제텔카스텐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은 분류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고 한다. 아마 위키백과만을 생각하고 위키와는 다르다고 표현한 것 같지만, 제텔카스텐에 적합하다고 나오는 메모장 시스템들은 슥 보면 개인 위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이퍼링크를 사용하는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루만의 메모 상자를 개인용 위키피디아나 종이에 적힌 데이터베이스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분명 유사점은 있으나, 이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루만의 이 시스템을 독보적인 것으로 만든다.
루만은 메모들 사이에 이런 링크 번호를 추가함으로써 하나의 메모를 다양한 맥락 속에 추가할 수 있었다. 다른 시스템들은 주제의 순서를 미리 구상해서 하향식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루만은 상향식으로 주제를 발전시켜서 새로운 메모를 메모 상자에 추가했다. 그리고 관련성 있는 메모들의 링크를 분류하면 자동적으로 생각의 주제들이 분류되도록 만들었다.
-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38쪽
제텔카스텐+=Roam Research
Roam은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다. youtube와 정리된 문서를 읽기에도 벅차고 굳이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내가 느낀 Roam은 제텔카스텐보다 Bujo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Bujo는 daily를 중심으로 작동하는데, Roam도 daily로 시작하게 된다. 또 Roam은 Bullet으로 글을 작성하도록 제안하는데 이 또한 제텔카스텐의 핵심이 아니다. 제텔카스텐의 글 작성은 영구 메모로 한 편의 글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백 링크와 링크 그래프를 내세우는데 이는 제텔카스텐의 핵심이 아닐뿐더러, 내가 판단하기에는 유용한 기능이 아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연결을 직접 맺는 것이 중요한 시스템에서 백 링크는 자동으로 연결해 주고, 편하게 편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제텔카스텐에서 ‘편하다’는 것은 생각이 충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제텔카스텐+=Zettlr
zettlr는 제텔카스텐을 위해 설계된 오픈소스라고 한다. Zettlr Docs를 보면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제공한다. 맥 전용임에도 icloud 동기화 기능이 없어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여러 마크다운 에디터와 비교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어 참고해도 좋겠다.
나는 왜 제텔카스텐에 끌리는가
제텔카스텐의 최종 목적은 끝내기나 쌓기가 아니라 출력하기다. 나의 관심은 출력이 아님에도 왜 제텔카스텐에 끌려서 짧지 않은 기간을 공부하고 그간 구축했던 여러 시스템을 변경하려고 하는 걸까.
수집/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이 있다
에버노트를 초창기부터 사용했고 많은 메모를 저장했다가 지웠다. Bear 앱을 이용해 역시 많은 메모를 저장하고 지웠다. 사용하지 않고 의미가 없어진 메모들은 지우게 된다. 공개하지 않은 개인 위키에도 개인 이야기를 많이 담아놨다. 역시 삭제한 데이터도 많다. 분명히 메모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아카이브 하던 시점에는 필요한 정보인데 왜 마이그레이션 과정을 거치면서 삭제하는 메모가 많아질까. 제텔카스텐에 비춰보니 임시 메모와 영구 메모가 섞여서 그렇다. 잠시만 필요한 메모가 있고, 계속 남겨야 하는 메모가 있는데 구분이 없었고, 영구 메모임에도 당시의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메모도 많아 삭제했다. 잘 수집하고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열망이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유산
니클라스 루만은 인생에서 아쉬운 것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남겼다. "내가 더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입니다. 유일한 골칫거리라면 바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죠."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31쪽) 그렇다면 더 일찍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이 방법론을 유산으로 물려준다면 어떨까. 아이와 함께 방법론을 적용하고 학교 공부를 포함한 모든 공부에 적용해본다면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제텔카스텐』 책에는 기존 하향식 학습법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 이를 보완하면서 다양한 생각의 접점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한 개인이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 아닐까 싶다.
업무 개선
제텔카스텐은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작성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목적이 있는 input과 명확한 output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 없는 내가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논문을 쓰는 연구자가 아니어도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얽히면 업무를 개선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초반에 인용한 두 트윗을 보면 임계점을 초과하면 업무에서도 활용이 되는 것 같다. ‘회의에서 무시무시한 존재’,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관심 영역의 상주 전문가’, ‘쩌는 아이디어 머신’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업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는 기간 중에 일부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있는데 이게 제텔카스텐 때문인지 원래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해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시간이 더 지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이에 대해서도 분명해질 것이다.
제텔카스텐 활용
아래는 내가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나는 위 8단계에 맞춰 여러 시스템을 활용한다.
수집: 임시 메모 작성과 모음
수집 채널은 주로 책이다. 트윗과는 다르게 루만의 방법대로 책에 밑줄을 치지 않고 임시 메모를 작성한다. 메모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인용을 한다. 수첩에 적을 때도 필요한 부분을 옮겨 적고, 왜 옮겨 적게 되었는지 생각을 적는다. 인용은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도이지, 인용이 핵심은 아니다.
수첩에 작성한 내용은 컴퓨터 앞에 앉을 때 GTD 시스템으로 옮겨 적는다. 나는 nozbe.com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데 ‘ZK INBOX’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정리한다. 출처를 잘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책을 인용하거나 추천하는 경우에는 ‘나중에 읽기’ 프로젝트에 저장한다. ‘나중에 읽기’ 프로젝트에는 트윗, 기사, 블로그 등 잡다한 채널에서 수집하는데 ‘나중에 읽기’에서 ‘ZK INBOX’로 옮겨가기도 한다.
숙성: 임시 메모의 관리
임시 메모가 있는 ‘ZK INBOX’ 프로젝트를 수시로 살펴본다. GTD에서 INBOX를 수시로 살피라고 하는데 이 때 임시 메모도 살핀다. GTD에서는 실행하고 끝내기 위해 살피지만 임시 메모는 생각을 발전시키고 코멘트를 추가한다. 임시 메모에 작성하고 뇌에서 잠시 잊지만 수시로 살피면서 완전히 잊지는 않게 하며, 생각이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마이그레이션: 영구 메모로 번역하기
임시 메모에 있는 노트를 충분히 숙성시켜 짧은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MIGRATION’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이동한다.
자리에 앉아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주로 새벽이나 한밤)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확인해 작성할 글을 생각한다. 영구 메모의 색인을 훑어보면서 이미 작성한 글이거나 다른 글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훑는 시간이 끝나면 영구 메모를 작성한다. 나는 Bear 앱을 이용하는데 다른 것보다 예쁘고 속도가 빠르며, icloud 동기화를 제공해서 좋다. 영구 메모는 짧게는 한 문단이고 길게는 천 자가 될 수도 있는, 분량에 제약은 두지 않지만 그 자체로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작성한다. 이 과정은 번역으로 볼 수도 있다. 임시 메모가 영구 메모가 되도록 번역을 하는 것이다. (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을 거쳐 내 글로 번역이 된다.
임시 메모를 작성할 때 출처를 적어놨으면 꼭 영구 메모에도 적어놓는다. 출처를 남기는 게 중요한 글(논문같은)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지 메모를 따로 구성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bear가 적합할 수도 있겠다.
연결: 수작업
글을 다 작성하면 태그를 남기고 문서의 링크를 복사한다. 글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은 색인을 찾아 적절한 위치에 문서의 링크를 붙여넣기 한다. 대부분 문서의 끝에 넣지만, 다른 문서와 연관이 된다면 그 문서의 근처에 놓는다. 그리고 연관된 문서에도 링크를 붙여 넣는다. 연관된 문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작성한 문서에도 링크를 추가한다.
편집자의 글에서도 인용했지만 어떻게 다른 문서와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개인 위키로 사용하던 vimwiki를 쓰지 않고 bear를 쓰는 이유에는 쉬운 문서 링크가 있다. 제텔카스텐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연결하는 방법인데, 디지털을 통해 필요한 목적으로만 연결을 지을 수 있어 편리하다.
가지치기: 메모가 모여 색인이 된다
내 메인 색인은 상단에 고정을 하고 글쓰기, 제텔카스텐, 라이프, 개발. 이렇게 4개의 하위 색인을 만들었다. 이건 내 관심사라서 모든 영구 메모는 이 하위 색인 중 하나에는 포함이 된다. 이 외의 관심사는 아직 없지만 노트를 만들다 보면 분리가 필요할 수 있다. 가령 라이프에 작성한 메모에서 육아 항목이 많아져 육아 색인을 추가할 수 있다.
아카이브라는 색인이 하나 더 있다. 여기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공부하고 아이에게 알려준 개념들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유산’을 물려주기 위함이다. 제텔카스텐을 알기 전에는 아카이브라는 태그를 만들고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지식들을 정리했는데(하향식), 카테고리가 끝도 없고 분류도 불분명해지는 지점이 생겼다. 욕심이 많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 알려줄까 고민이 됐다. 그러던 중 제텔카스텐을 통해 아카이브를 다시 정리하다 보니 상향식 색인을 만들어 문서를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통합하고 있다.
편집과 출력: 공개하기
이 글은 약 한 달 정도 제텔카스텐 색인에 모인 글을 살펴보고 목차를 만든 후에 기존에 작성한 글을 살피면서 작성한 글이다. 문서의 시작부터 이 위치까지 글을 작성하는 데 두 시간이 걸렸고, 부족한 인용 자료를 찾는 시간을 빼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내가 써야 하는 주제에 대한 모든 글이 다 있고, 반대로 얘기하면 내가 쓴 글로만 묶인 주제(색인)로 글을 모아 편집을 한다. 『제텔카스텐』에서는 (비소설) 글쓰기의 고단함을 잘게 쪼개고 쉽게 다가가도록 만든다.
훌륭한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훌륭한 원고 초안을 다시 고쳐쓰기만 하면 된다. 훌륭한 원고 초안을 작성하려면 일련의 메모를 연속된 하나의 텍스트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일련의 메모는 이미 메모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메모를 다시 정리한 것에 불과하므로, 여러분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책을 읽을 때 펜을 들고 메모하는 것이 전부다.
-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117쪽
목차에 넣지 못한 글
아래는 목차에 포함하지 못한 글 조각을 모았다. 아웃풋을 만들 때 노트의 모든 글을 다 포함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텔카스텐과 관련한 글은 더 쓰지 않을 수도 있기에 조금 더 남기려는 욕심이다. 아래 글은 제텔카스텐 색인에 있는 항목 일부이다.
충돌
제텔카스텐 자체는 너무 간단해서 이게 전부인가 싶고 GTD 같은 순서도를 요구하고 싶어진다. 제텔카스텐은 읽고, 쓰고, 연결하고, 출력하는 게 방법의 전부다. 그러나 편집자의 글에도 나오지만 단순한 메모 더미가 아닌 메모의 보관과 연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이 핵심이다. 제텔카스텐에 대해 살펴보면서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계속 생각났다. 많은 지식이 있어도 이를 먼저 엮는 사람이 앞서게 된다.
제텔카스텐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제텔카스텐의 어떤 내용은 애자일 철학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자라기』를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참고할 내용이 많았다. 아래는 연결-충돌과 관련한 내용 일부다.
-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하이퍼링크로 서로 촘촘히 연결하라. 노드 간 이동 속도가 빨라질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놔라. 즉, 이미 습득한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서로 연결 지어서 시너지 효과가 나게 하고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자주 해서 다른 영역 간을 넘나들기가 수월해지도록 하라.
-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이미 갖고 있는 것들과 충돌을 시도하라.
- 현재 내가 하는 일이 차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라.
- 『함께 자라기』, 39쪽
글은 추가한다
영구 노트를 수정할까? 새로운 글을 추가할까? 소제목에 이미 적었듯이 새로 추가하는 것이 맞는다. 그런 점에서도 Roam의 백 링크-편집 방식은 내가 생각한 제텔카스텐 방식과 맞지 않다.
작성한 글은 그 시점에 생각할 수 있던 최선이었을 것이다(레거시 코드가 당시의 최선이었던 것과 같다) . 글을 수정하면 히스토리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 이 기능을 통해 볼 수도 있지만 생각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살필 수 없다. 과거의 내가 생각한 것과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로운 글을 쓰고 서로를 연결해 변하는 생각에 대해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구 메모에 있는 글은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간주해도 좋다. 그래서 “거인의 어깨” 위에서 멀리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화를 경계한다
제텔카스텐, 생각의 충돌을 위해서는 자동으로 이뤄지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 편의 글만이 제텔카스텐에 들어갈 수 있다. 글을 작성할 때 ‘번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존에 작성한 글과 다른 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발전일 수도 있고, 생각의 변화일 수도 있다. A 문서에 작성한 글(문단)이 B 문서에 그대로 반영돼 한 문서를 수정하면 다른 문서도 자동으로 수정하게 하는 (notion의 sync blocks같은)기능은 메모장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에 좋지만 생각의 충돌과 변화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모든 자동화를 경계한다. 링크도 직접 넣고, 색인도 직접 생성하고 추가한다. 태그도 물론이다. 글을 쌓는 게 목적이 아니고, 글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직접 해야 충돌을 만들 수 있다.
업무 노트는 왜 분리해야 할까
글의 초반에 있는 트윗을 보면 회의 메모와 메모장 시스템을 섞지 말라고 한다. 생각의 충돌이 나면 좋을 텐데 왜 분리해야 할까.
회의 메모는 임시 메모의 성격이 강하다. 회의 메모는 수집 채널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 회의 때 나온 안건이나 더 고민할 내용을 임시 메모에 넣어두고 고민하다가 메모장 시스템으로 발전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회의 메모는 숙성이 필요하다. 회의 메모를 쪼개고 번역한다면 메모장 시스템에 들어와도 좋다. 나는 회의 메모를 최대한 시스템 안으로 들여오기 위해 고민하는데, 다른 노트와 충돌하면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자료
- 『제텔카스텐:글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 『함께 자라기』
- How To Take Smart Notes: 10 Principles to Revolutionize Your Note-Taking and Writing
- @plafina 님의 트윗
- 메모 상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슬기로운 메모생활, 제텔카스텐! : 클리앙
- Zettelkasten: 하루 노트 6장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 | 10x LESSONS
나의 제텔카스텐2로 이어집니다.